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도 봄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금새 여름이
다가온다. 에어컨 가동은 아직 멀었고 더위를 식히는 단비가 가끔씩 내려도 잠시뿐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 조만간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으니
바로 장마. 6월말쯤에야 시작되던 장마가 지난해의 경우 6월17일부터 시작됐다. 이게 모두 기상이변 탓이라고 하니 올해는 더 빨라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구과학시간에도 배웠듯이 장마란 차고 습한 한랭전선인 오호츠크해 기단과 덥고 습한 온난전선인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면서 생기는 곳에서 내리는 많은 비를 말한다.
서로 힘이 비슷한 두 기단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과정에서 정체전선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니 오랫동안 비를 뿌리고 되는데 운전자는 이때 상당히 골머리를 썩히기 마련. 덥고 습한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일뿐더러 미끄럽고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아 사고의 위험도 높다. 게다가 이로 인한 도로 정체는 덤으로 찾아온다.
다가오는 장마철을 대비해 보다 쾌적한 운전을 위한 방법을 알아봤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차량 외장이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도장면이 벗겨진 곳이 있다면 쉽게 부식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 접어들기 전에 말끔히 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차량과 같은 색상의 터치업 페인트를 구해 벗겨진 부분을 덧발라 2차 손상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차체 외장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면 물기를 효과적으로 몰아내기 위해 발수 코팅 왁스를 입혀주는 것이 좋다. 발수 코팅이란 말 그대로 물기가 차체가 덜 달라붙게 만들어 장마철 외장 관리를 보다 쉽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다. 일반 왁스에 있는 기름기 만으로도 충분한 발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므로 트렁크에 굴러다니는 왁스를 세차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응달에서 정성껏 발라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철 비와 맞설 태세를 갖출 차례다. 먼저 와이퍼. 보다 정확한 표현은 윈도우 브러시다. 좌우로 동작할 때 소음이 발생하거나 깨끗하게 닦이지 않고 물 자국이 남는다면 교체시기에 도래했다는 뜻이다. 장마철에는 거의 매일 윈도우 브러시를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이참에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프레임이 없는 소프트 와이퍼는 고가지만 그만큼 성능이 좋아 최근 인기가 높다. 못 쓰는 와이퍼는 버리지 말고 한개쯤 트렁크에 챙겨 뒀다가 세차 후 물기를 털어낼 때 쓰면 그만이다.
평상시 윈도우 브러시를 오래쓰는 방법은 세차할 때 자동차 앞유리(윈드 실드)와 맞닿는 부분(블레이드)의 오염 물질을 말끔히 닦아주는 것. 이때 계면활성제 성분이 있는 세척제를 발라 닦으면 블레이드에 있는 기름 성분까지 없애 보다 새것처럼 쓸 수 있다. 요즘에는 와이퍼 연마기도 시중에 출시했다. 일종에 ‘칼 가는 숫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와이퍼 블레이드에 끼우고 좌우로 몇 번 왕복하면 블레이드가 갈려 오염물질과 함께 무뎌진 날을 깎아 날카롭게 만드는 용품이다.
윈도우 브러시를 새것으로 갈더라도 정작 앞 유리(윈드 실드)가 깨끗하지 않다면 무용지물. 주행중에 앞 유리에 달라붙은 각종 오염물질은 윈도우 브러시에 달라 붙어 성능을 떨어뜨리고 잘 닦이지 않게 만드는 주범이다. 요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유막제거제를 사용하면 된다. 제품에 따라 약간씩 차이점이 있지만 보통 왁스를 입히는 과정과 동일하게 앞 유리를 닦아내면 말끔해진다. 단 약품에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빨리 마를 수 있으므로 좁은 면적을 최대한 빨리 닦아 내는게 편하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폭우가 쏟아지거나 앞 차가 지나가면서 튀긴 흙탕물을 피할 방법은 없다. 워셔액은 항상 가득 채워두자. 장마철이 지나고 벌레들이 기승을 부릴 때 앞 유리에 붙어버린 그들의 잔해를 처리하는데도 그만이다.
비가 오면 타이어 접지력이 떨어진다. 마찰력이 건조한 노면에서 보다 높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 웅덩이까지 있다면 잠시 동안이나마 물 위를 떠가는 수중 부양을 체험하기 일쑤다. 하이드로플래닝이라 부르는 수막현상 때문이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면 노면 위에 있는 물을 타이어가 완벽하게 빼내지 못해 물 위에 떠서 주행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노면과 접촉이 없기 때문에 조향성을 잃어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한다.
겨울철 스노타이어를 아직까지 끼우고 있다면 빨리 4계절용 타이어로 바꾸고 트레드가 거의 닳았다면 새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공기압을 5~10%(1~3psi) 정도 높여주는 것이 좋다. 공기압을 높이면 타이어 표면의 배수 성능이 좋아져 빗길 미끄러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으면 이제 내부를 들여다 볼 차례다. 뭐니해도 여름철에는 에어컨이 가장 골칫거리다. 에어컨 부분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에어컨 냉매 점검이다. 냉매가 부족할 경우 보충을 해야만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에어컨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자마자 실내로 들어오는 악취도 문제. 에바포레이터(Evaporator)는 에어컨 구성부 중의 하나로 이곳에 들어가는 액체 냉매가 파이프 표면에서 열을 빼앗아 증발하면서 찬 공기를 만드는 장치다. 에어컨 가동을 중단할 경우 급격한 온도차이로 인해 이곳에 생긴 이슬은 곰팡이와 각종 이물질이 달라 붙는데 이것이 여름철 에어컨 냄새의 주범이다. ‘민간요법’으로 송풍구에 방향제나 탈취제를 뿌리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에바클리너라고 불리는 에바포레이터 청소 용품을 이용해 냄새를 유발하는 요인을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 작업은 약간 작업 난이도가 높다 개인이 DIY 하기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에바포레이터까지 청소가 끝났다면 남은 것은 실내 공기정화 필터를 교체하는 일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에서 각종 유해물질과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로 종이재질로 되어 있는데 비교적 탈부착이 간단해 운전자가 쉽게 교환할 수 있다.
특히 활성탄 성분이 들어간 에어필터는 단순히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활성탄 안에 무수히 많은 구멍에 가둬두기 때문에 필터 효과가 종이 필터에 비해 훨씬 높다. 공기정화 필터는 에어컨/히터 가동 전 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교체하는게 좋다.
누수가 일어나는 곳이 없는지도 확인해보자. 평소 세차 후 실내에 물이 유입되거나 한 곳이 있다면 그 부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문짝과 차체 접합부에 달린 고무 몰딩이 노후하거나 유격이 있을 경우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루프에 연결된 배수관 호스가 빠질 경우 지붕을 통해 물이 들어 올 수도 있으니 선루프가 달린 차량이라면 미리 점검하자.
잘 알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TIP
자동 온도 설정이 가능한 에어컨이라면 실내 온도는 여름철 20℃ 내외로 설정해 놓는 것이 좋다. 한번 설정해 놓으면 실내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에어컨 역시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on/off된다. 에어컨 작동 초기에는 차량 내부에 뜨거운 공기를 가급적 빨리 냉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값 걱정에 1~2단으로 천천히 낮추는 것은 오히려 낭비다.
차량 내부에 온도를 빨리 낮추려면 우선 조수석 뒷편 유리를 열고 운전석 문을 빠르게 2~3번 여닫자. 내부에 뭉쳐있던 뜨거운 공기가 빠르게 밖으로 빠져 나간다. 에바포레이터에 이슬이 맺히지 않도록 시동을 끄기 몇 분전에 에어컨을 끄고 송풍 기능만을 작동해 송풍구 내부를 건조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장마철 눅눅한 습도는 차량 내부도 마찬가지. 비에 젖은 우산과 신발 등은 실내 매트를 적시기 충분하다. 에어컨은 제습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니 온도가 낮더라도 꾸준히 동작시키는 것이 좋다. 보다 경제적인 방법으로는 습도조절을 위해 다 보고 남은 신문지를 이용하자. 예쁘게 접어서 시트 위에 고이 올려 놓으란 이야기가 아니다. 넓게 펴서 바닥에 깔아라. 그 신문지가 습기를 빨아들여 눅눅해지면 다시 새 신문지를 깔아놓으란 말은 자존심 상해서 도저히 못하겠다.
비나 눈이 오면 차 안에 온갖 유리창에 습기가 차서 운전이 힘든가? 앞서 설명했듯이 에어컨은 습기를 없애는 개념(?)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바깥 기온이 영한데 무슨 에어컨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온도는 따뜻하게 놔두고 에어컨 스위치만 켜 보시라. 귀신처럼 감쪽같이 습기가 사라진다.
그런데 에어컨으로 습기를 제거하는 방법은 지극히 초보적인 수단이다. 급하게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차량에 선루프가 있다면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결로 현상을 역이용하면 된다.
결로 현상이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곳에 공기가 차가운 물체 표면에 닿아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말한다. 차량 내부에 습기가 차는 것 또한 이와 비슷한 원리다. 밖에 비가 내리거나 더 차가운 눈이 내리면 차량 내부의 온도보다 바깥 공기가 차다. 이 경우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차가운 공기와 맞닿은 유리가 일종의 유리컵 역할을 하게 되므로 차량 유리 안쪽에 습기가 차게 되는 것. 더욱이 장마철에는 습도까지 높으니 공기가 물로 바뀔 여건은 모두 만족하는 상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차량 내외부의 온도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 환기를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 공조기의 외기 순환 버튼과 선루프의 틸트 기능을 이때 활용한다. 일단 외기 순환 모드로 바꿔 바깥 공기가 차량으로 유입되게 만든 다음 틸트 버튼을 눌러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 외부 온도계를 통해 바깥 온도를 체크한 다음 공조기 온도 조절 스위치로 바깥 공기와 같게 온도를 조절한다. 바람이 나오는 송풍 위치는 중앙(머리부분)과 하단(다리부분)으로 나오도록 조절한다. 급한 마음에 유리에 있는 습기를 제거하겠다고 유리쪽으로 바람이 나오게 하면 순식간에 습기가 차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내외부 온도가 비슷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찬 공기가 한 순간에 습기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세차할 때 유리 안쪽을 최대한 깨끗하게 닦아두라는 점이다. 보통 세차시 바깥 유리는 유리 세정제까지 써가며 깔끔하게 닦는 반면 안쪽 유리는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부에 묻어있는 오염물질은 습기를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다.
다나와 정보팀 김재희 wasabi@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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