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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2009 서울 모터쇼

2009 서울 모터쇼가 4월2일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앞으로 11일간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서울 모터쇼는 지난 1995년 1회 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진 KES(한국전자전), SEK(Solution and Contents Exhibition of Korea)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전시회중 하나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자동차 관련 전시회는 부산 국제모터쇼와 광주 슈퍼카쇼, 서울 오토살롱 등이 있지만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전시회는 서울 모터쇼가 유일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메이저 브랜드의 불참 통보로 인해 올해 모터쇼는 자칫 ‘요란한 깡통’이 될 공산이 컸다.

 

불참 업체 리스트 = ‘모터쇼 살생부’

일단 리스트(?)를 읊어보자. BMW, GM, 크라이슬러, 볼보, 포르쉐, 미쓰비시, 닛산, 인피니티, 재규어, 랜드로버, 페라리, 마제라티, 람보르기니, 로터스까지. 한결같이 ‘경기불황’을 이유로 모터쇼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미국 BIG3에 해당하는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 본사 분위기(?)상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볼보는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있고 재규어, 랜드로버는 볼보와 한솥밥을 먹는 PAG소식이므로 행동을 같이 했을 것이 자명하다.

 

페라리, 마제라티, 람보르기니는 명실공히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다. 가격 자체가 높아 대중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으니 설령 불참한다 하더라도 탓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빠듯한 마케팅 예산을 쪼개 대중적인(?)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로터스는 드라마 ‘꽃남’에 PPL을 하면서 모터쇼에 참가할 예산을 다 썼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얼마나 효과를 봤을지는 미지수지만.

 

전시회장을 찾은 스타는 대부분 브랜드별 홍보대사가 대부분이었다.

 

이게 다 불황탓이다???

모두들 불황탓으로만 돌리고 있지만 사실 속내는 다르다. 서울 모터쇼가 끝나면 곧장 상하이 모터쇼가 중국에서 열린다. 굵직한 월드프리미어는 이미 대기 상태. 포르쉐의 4인승 쿠페 ‘파나메라’ 역시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베일을 벗는다.

 

 

게다가 이번 전시회에 불참한 대다수의 브랜드는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한다. 결국 국내 시장 규모가 중국 시장에 비해 너무 작다보니 경제 원칙인 ‘선택과 집중’의 개념으로 보자면 당연히 업체는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800만대. 미국 시장은 1,500만대 시장이지만 조만간 추월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100만대 머물고 있는게 우리네 현실이다.

 

또 한가지 악재(?)는 점점 줄어가는 레이싱 모델이다. 물론 ‘차 보다 모델’의 형태로 주객이 전도된 비정상적인 모터쇼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터쇼에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참관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기막힌 역발상을 했다. 남자 모델을 대거 기용해 F10(남자 모델이 무려 10명이다)에게 디자이너 정욱준의 옷을 입혀 등장시켰고 메르세데스-벤츠 부스에는 남녀 모델을 각각 1명씩 배치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GLK 옆에 세웠다.

 

볼거리가 없어지면 ‘참관객 100만 명’이라는 수치와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모터쇼 조직위원회는궁여지책으로 황급히 자리 메우기에 나섰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 자동차 제주 박물관이다. 일종의 부스 형태로 박물관이 소장한 클래식 희귀 차종을 전시한 공간을 마련한 것.

 

하지만 신차 혹은 레이싱 모델을 위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어느 정도의 메리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참관객 불리기가 목표가 되서는 안될 것

참가 업체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별 컨퍼런스 시간은 한층 치열해졌다. 국내 모 브랜드가 일정보다 신차 발표를 지연하면서 바로 뒤에 진행하는 브랜드는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게 된 것. 급기야 해당 브랜드 대표는 키노트에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제3자인 기자가 보기에도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오전내내 시간대 별로 이동 시간만을 빼고 빽빽하게 브랜드별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한 브랜드라도 약속한 시간을 어기면 다음 브랜드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려 지체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는 오랜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서울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해외바이어 1만명 유치 및 12억불 수출상담 추진을 하겠다고 공헌했다. 1인당 9천원의 입장료와 서울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산 킨텍스로 모터쇼를 보러 100만명 이상의 입장객 올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펼쳤다. 전시회 개장 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했으니 직장인이나 학생도 혼잡한 주말을 피해 평일 관람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사실 국제 규모의 모터쇼를 주최하면서 입장객 100만 명이라는 수치는 그다지 큰 숫자가 아니다.지난해 개최된 부산국제모터쇼는 3회 연속 관람객 100만 명이라는 수치를 무리 없이 달성했다. 서울 모터쇼보다 한참 뒤인 2001년에 처음 개최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이라는 지리적 열세를 극복하고 말이다.

 

신차도 없는데 모터쇼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며 매장에서 직접 타보라고 배짱을 부리는 브랜드가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꿈을 판다’던 스포츠카 브랜드 역시 잠재고객에게 꿈을 심어주기는 고사하고 아예 모터쇼에 참석도 안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차를 구입할 능력이 되는 사람만 환대하겠다는 국내 수입차 마케팅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아울러 국내 모터쇼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나와 정보팀 김재희 wasabi@danawa.com